지난 2월2일 미국 영공에서 발견된 중국 비행풍선이 마침내 미국 전투기에 의해 대서양 상공에서 격추되었다. 중국 측은 민간 비행풍선이 미국 영공을 들어간 것은 통제력을 상실해 발생한 불가항력으로 인한 사고라고 하고, 이 민간 비행풍선에 대한 무력격추는 과잉 행위이며 국제법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 항의했다. 그러나 이제까지 공개적으로 나온 사실을 바탕으로 비행에 관한 국제법장전으로 평가받는 시카고협약이나 무력사용 일반에 관한 원칙을 담고 있는 유엔헌장을 고려해 볼 때 중측의 항의는 타당하게 보이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영공주권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항공법이 발전하게 된 계기는 이번 사건과 같이 19세기부터 사용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비행풍선이 다른 나라 상공으로 자꾸 들어가면서이다. 자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타국의 비행물체를 격퇴, 격추, 강제착륙 조치를 할 수 있는 영공주권은, 소위 무해통항이라 하여 자국에게 해를 끼치지 아니하는 선박에 대해 영해통항을 허용하는 해양법과 달리, 대지에 바로 이어진 상공의 근접성과 비행체의 직접적이고 순식간의 위험성을 고려해 인정된다.
이 풍선은 최대 크기가 60미터에 이르고 태양전지판과 관측장비를 탑재한 대형 비행선이라는 점에 미측이 군사정찰의 의심을 제기하는 것은 엄격한 증명의 필요 없이 합리적 판단으로 볼 수 있고, 나아가 군사적으로 대응해 격추한 것은 유엔헌장의 무력행사 요건인 자위권에 입각해 보더라도 불법성을 찾기 어렵다. 중측이 민간 비행물체라고 주장하는데, 만약 민간 비행물체라면 기본적으로 영공국 미국의 경찰적 조치에 복종해야 한다. 시카고 협약 및 그 부속서의 규정에 의하면 무인 비행은 영공국의 허가 없이 영공 비행이 불가능하며, 이번 경우와 같이 장거리 비행을 하는 경우 공해상을 비행하더라도 인접 관련국에게 비행정보를 통보하고 공중에서 식별될 수 있도록 불을 켜고 비행해야 하는데 이를 준수했는지 의문이다.
중국 측이 미군의 격추를 과잉행위에 따른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는데, 미국 측으로서 침범에 대한 조사 등 사법행정적 조치를 위해 격추 이외에 비행중단 및 강제착륙과 같은 다른 조치를 기술적으로 고려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중측의 주장에 따르면 조종능력을 상실했다고 하는데, 통제가 불가능한 채 고고도를 비행하는 거대 비행물체를 안전하게 착륙시키는 조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또한 과잉행위로 국제법 위반이라는 중측의 주장도, 상기하기도 싫지만, 1983년 소련에 의한 대한항공 007편의 격추를 계기로 형성되어온 영공침범 비행에 대한 무력사용 제한의 원칙이 주로 인명보호를 고려한 것이라 승무원이 탑승하지 아니한 무인 비행물체에 대한 것이므로 여기에 해당 사항이 별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중측의 주장은 법률적으로 정당성을 구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면, 이번 사태가 주는 정치외교적 의미는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중국의 부상 이후 각 분야에서 미중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미국의 대중 억제 조치가 속속 이루어지는 가운데 군사 분야도 예외가 아닌 상황이다. 수년째 미해공군은 중국 인접해역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실시해 중국이 주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도서의 해역을 작전대상으로 항행하고 대만해협을 통항하여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일방적 대중국 군사력 투사에 대항해 금번 비행풍선을 미국 방향으로 날려보낸 것이 아닌지 궁금하다. 마치 태평양전쟁 초기 진주만 공습 이후 밀리고 있던 미국이 일거에 분위기 반전과 사기 회복을 위해 둘리틀(Doolittle) 비행폭격대를 일본 본토 상공에 날려 공습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본다.
(이용일 전 세종특별자치시국제관계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