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에 따르면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미국 내에서 최근 중국을 상대로 소송이 이미 제기되었고, 이탈리아 등 여타 피해국에서도 유사한 소송 제기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민간 차원에서 미국 연방법원에 수 건의 집단소송(class action)이 제기된 데 이어 주 정부도 소송을 제기했는데, 미주리주 주정부를 대표해 법무 총장 에릭 쉬미트는 미국 연방 지법에 중국 정부, 공산당 및 기타 정부 기관을 피고로 한 소장을 제출하면서 중국 측은 발병을 은폐하고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부인하는 등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여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피해를 수많은 사람들에게 입혔다고 주장하며, 징벌적 배상(punitive damages)을 포함한 민사책임, 피해 저감 조치 및 관련된 위험한 활동 중지 등 종합적 청구를 제기했다. 이러한 소송은 주권 국가 중국과 그 통치기관을 상대로 다른 나라인 미국의 국내 법정에 제기된 것인데, ‘주권 국가는 다른 국가의 법정에 서지 아니한다’라는 법언으로 설명되는 주권(국가)면제라 불리는 국제법 원칙상 국가는 다른 국가 법정의 관할권으로부터 자유를 향유해 왔기 때문에,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피해가 정말 심각하기는 하지만, 미국내 법정을 이용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다. 다만, 현대 국제법의 추세가 이러한 주권면제의 범위를 점차 좁히려는 경향을 감안해 살펴볼 필요는 있다.
유엔은 주권면제 관행을 정리해 다자조약으로 ‘국가 및 그 재산의 관할 면제에 관한 유엔협약’을 2004년 만들었으며 아직 비준국 수가 적어 발효되지 못하고 있으나, 이 협약은 발효 여부에 상관없이 거의 국제관습법으로 인정되므로 금번 소송을 이에 의거해 평가해 볼 수 있다. 이 협약에 의하면 국가가 다른 나라 국내 법정의 피고가 되는 예외적 상황으로 상업적 거래와 관련된 사안 등을 열거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나라의 사람과 재산에 피해를 끼친 행위(우리 민법으로 보면 불법행위)와 관련된 소송도 피소될 수 있는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피해를 끼치는 행위가 소송이 제기된 나라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규정해 이에 따르면 중국의 관헌이나 공적 기관이 감염병 유발과 관련된 불법을 미국 내에서 저질러야 미국 법정에서 소송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따라서 최근 미국 법정에 제기된 소송은 중국 내에서 이루어진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한 관할권의 흠결로 성공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미국 연방하원 크리스 스미스 의원 등은 이 감염병 관련 고의적 은폐 등에 관해서는 미국이 제정한 외국주권면제법 상 피소 면제 혜택을 박탈하는 법안을 제출했다고 한다. 그러나, 주권면제라는 법 원칙은 외교 관계를 규율하는 중요한 제도인데 미국이 일방적으로 자국법을 변경해 중국이 제소되도록 한다면 이는 국제관계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고 미국도 다른 나라로부터 유사한 조치를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통상의 외교 정책적 관점에서 보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예측된다. 따라서 중국을 상대로 한 소송사태는 그 실현 가능성보다 코로나 사태에 관련된 중국의 책임을 부각하고 나아가 향후 중국을 압박하는 목적인 것으로 보이나, 중국은 지난 2016년도에 내려진 국제중재재판소의 남중국해 중국의 권익에 관한 판정에 패했으나, 초지일관 중재재판소의 관할권을 부인하고 판정에 크게 반발한 점에 비추어 미국이나 여타국의 법정이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 상당한 반발과 외교 관계 경색이 예상된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한 나라에서 발생한 감염병이 여타 나라로 확산되면서 엄청난 피해를 야기한 것인데, 한 국가에서 야기된 사태로 인한 초 국경적 피해를 예방하고 보상하는 등 해결책을 유엔에서 오래전부터 논의한 결과, 초 국경적 피해의 예방과 책임에 관한 법원칙 초안이 나와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미세먼지 배출로 인한 우리 대기 오염과 같은 환경피해를 상정해 초 국경적 피해의 예방 및 저감을 위한 노력과 협력, 사태 발발 시 통보 의무 및 상호 해결을 위한 협의 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 나아가 대립되는 사실관계에 관해 여기서 규정하고 있는 사실조사(fact-finding) 절차를 이용할 경우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규명할 수 있어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의 특색으로 인정되는 주권 절대의 원칙과 모든 사안을 외교담판으로 해결하려는 정치 주의로 일관하기 때문에 국제법정이든 외국의 법정이든 사법적 해결이나 제3자의 개입을 극도로 꺼린다. 그래도 미국이 변호사와 소송의 천국이므로 중국은 소송을 적정한 주의와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방식으로 미국 법정의 관할권에 대해 거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며 특히, 법정에 출석도 아니 하는 등 방관하면 경우에 따라 궐석판결도 맞을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북한에서 구금되어 사망한 오토 웜비어 사건에서 미연방법원은 재판 출석을 거부한 북한 측에 대해 5억 미불에 달하는 배상 판결을 내린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해외 소재 자산은 미소하지만, 개방 시장경제를 채택한 중국은 아무래도 자산의 해외 노출이 다대하므로 이러한 국제적인 소송도 잘 관리되지 않으면 의외로 골칫덩이가 될 수도 있다.
(이용일 전 주코트디부아르 대사)